강현석 카운실 메디칼 디렉터 "인생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DNA 검사"

샌프란시스코=허지윤 기자
입력 2017.06.26 06:39 수정 2017.06.26 07:57
“6학기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카운실 설명회가 열렸어요. 제가 그 발표를 듣고 나서 몇 가지 언급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당시 카운실(Counsyl) CTO였던 바라지 스리니바산(Srinivasan)이 영입을 제안했습니다.”

카운실(Counsyl)은 인도계 미국인인 바라지·람지 스리니바산 형제가 세운 유전자 검사·분석 서비스 업체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카운실 본사에서 만난 강현석(Peter Kang) 수석 메디컬 디렉터(executive medical director)는 “학자나 연구원의 길만 생각하고 유학을 왔는데, 갑작스럽게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며 “스탠포드대학의 창업 열기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임상 검사를 제공하는 기업 또는 임상 검사실 운영 기업은 반드시 메디컬 디렉터(MD)를 두어야 한다. 강 수석은 카운실에서 임상 검사 전반을 책임지는 일을 맡고 있다.

지난 2000년 강씨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학자의 길을 걷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6년간 워싱턴의대와 피츠버그의대에서 각각 진단검사의학과를 수련하고 분자유전학검사(molecular genetic pathology)를 세부전공한 뒤 버팔로 암센터에서 3년간 일했다. 또 그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이 생겨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스탠포드 대학으로 가 ‘바이오메디컬 인포매틱스(생명의료정보학·BIomedical informatics) 과정’을 공부했다.

강 수석은 “무엇보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가족을 계획하고 임신을 준비하는 등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맞은 환자들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카운실의 기업목표가 마음에 들었고, 이는 지금 저의 목표이기도 하다”면서 “카운실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당시 카운실 설명회에서 어떤 말을 했나. 그 자리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배경이 궁금하다.

“다른 친구들은 ‘카운실이 모은 데이터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초점을 둔 언급을 했다. 저는 ‘이건 과학(science)의 문제가 아니라 엔지니어링(engineering)의 문제’라고 말했다. 새 지식을 찾아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유용한 검사와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또 가장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의미였다. 당시 바라지 스리니바산 CTO는 카운실의 기업목적과 나의 대답이 통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 메디컬 디렉터의 업무를 소개해달라.

“검사 전반에 대한 책임이다. 메디컬 디렉터로서 검사 목적에 알맞은 유전자 검사를 했는지 검사를 디자인하고, 시퀀싱(유전자 해독) 검사 결과가 정확한지도 살펴본다.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을 때 이게 병(病)적인지 아닌지를 해석하는 일도 맡는다.”

― 카운실이 탄생한지 10년이 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나.

“75만명 이상이 카운실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했다. 여기에는 검사를 주문(order)하는 의사 1만명도 있다. 모두 우리의 고객이다. 오늘날 비침습적 산전 검사(NIPT), 유전성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 등 카운실이 아이를 낳으려는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Expanded carrier screening)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하는 유전검사 항목이 됐다. 2010년부터 이후 여러 경쟁사들이 나왔고 지금은 1년에 수십 만명이 이 검사를 하고 있다. 우리 고객 가운데는 본래 유전병 있는 자녀를 낳을 확률이 4분의 1이였는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커플들도 많다.”

― 75만명 이상의 DNA 데이터가 수집된 것인데, 이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나.

“데이터는 개인정보, 그 중에서도 민감한 의료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미국 역시 엄격한 규정이 있다. 이에 맞춰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데이터를 대부분 유전병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로 활용해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질병 보균자가 일반인 중에 얼마나 많은 지에 관한 내용도 있다. 일반적인 시퀀싱으로 검사하기 까다로운 유전자들도 발견해 나가고 있다.”

― 게놈 기술 및 사업이 발전하면서 기존 병원들의 진료 시스템과 경영 등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이 대장암 발병 확률이 높을 경우 내시경을 더 자주하고, 유방암의 경우 미리 절제술을 하거나 검사를 더 자주해 조기에 발견한다. 고객이 병을 예측하고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암, 산부인과 영역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점점 더 다양한 질병군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유전자검사를 통해 내가 어떤 약품에는 민감하고, 어떤 약은 쓰면 되고 안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약물유전검사(pharmacogenetic) 등도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유전자 사업을 하는 데 한국은 규제가 까다롭고 진입 장벽이 높다. 미국의 시장 환경은 정말 자유로운가.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것은 맞다. 미국식품의약국(FDA)가 지금은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임상검사에 대해 규제 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임상 검사가 FDA 규제 대상인 의료기기나 의약품이 아닌 ‘의료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FDA가 이를 규제할 것이라는 움직임도 있다.

― 미국 의료 제도의 원칙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미국은 ‘어떤’ 검사를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검사를 하느냐, 즉 대상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를 내놓지는 않는다. 관련 산업군과 시장의 조언을 많이 반영해 제안서를 내놓고 지적이 나오면 다시 보완하는 식으로 합리적으로 진행돼왔다. (다만 현 행정부 하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 카운실의 올해 주요 계획은.

“올해 초부터 여성 건강(women’s health) 쪽으로 제품 및 서비스의 타깃을 두고 주력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랩코(Labco)라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지난 5월 스페인으로 진출했으며, 현재 유럽 내 다른 나라로 사업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논의과 진행 중인 곳이 있으나 지금 말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다. 가을 쯤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