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업계 규제 완화에 환호 “수입맥주 대체 효과 기대…파장클 것”

박원익 기자
입력 2017.02.27 16:07
수제 맥주 업계가 정부의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소규모 맥주 사업자가 만든 맥주를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 팔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경우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주류 첨가물 범위를 넓혀 다양한 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맥주 종류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수입 맥주 대체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봤다.

수제 맥주 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Amazing Brewing Company)의 김태경 대표는 27일 “대형 마트에 가면 수입맥주가 마트 매대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국내 수제 맥주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번 규제 완화로 수제 맥주를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팔 수 있게 되면 수입맥주에 점령당했던 맥주 시장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맥주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국산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없어 수입 맥주를 많이 구매해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수제 맥주 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운영하는 펍 내부 모습.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수제 맥주 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운영하는 펍 내부 모습.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김 대표는 한국 맥주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양한 맥주가 유통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맥주 품질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국내 생산(병입) 유통이 불가능해 벨기에에서 맥주를 만들고 국내 브랜드를 붙여 역수입한 수제 맥주 업체도 있다”며 “이번 규제 완화로 진정한 의미의 로컬 수제 맥주를 대량 유통할 수 있게 됐다. 파장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했다.

대량 생산에 따른 품질 관리 우려 문제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가 시행되기 전까지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병입 생산 장비 세팅, 제품 품질 관리 시스템 등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며 “초기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수제 맥주 생산 시설을 구축한 수제 맥주 업체 더부스(The Booth Brewing)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국내 맥주 시장은 유흥 경로(펍, 식당 등)와 유통 경로(대형마트, 편의점 등)가 50대 50으로 양분돼 있는데, 지금까지 수제 맥주 업체들은 주로 유흥 경로로만 맥주를 팔아왔다는 것이다.

양성후 더부스 대표는 “국내에서 수제 맥주를 생산하고 유통하려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규제 완화로 나머지 시장 절반이 열리게 됐다”며 “맥주 품질이 좋아지고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맥주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더부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운영하는 양조 시설. / 더부스 홈페이지 캡처
더부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운영하는 양조 시설. / 더부스 홈페이지 캡처
국내 맥주 업계 1위 업체인 OB맥주, 시장 2위 업체 하이트진로(000080)역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변형섭 OB맥주 이사는 “수제 맥주 관련 규제 완화는 2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며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행되면 맥주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차원에서 긍적적”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기존 맥주 업체들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보다 수입 맥주 대체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일부 가정용 시장에 영향이 있겠지만, 유흥 경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수제 맥주 등 소규모 업체가 생산한 맥주의 소매점 유통을 허용하고, 주류 원료 및 첨가물의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맛의 술을 만들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5조원이며 이 중 수제 맥주 시장은 1%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13%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