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광풍]③ 강남만 '나홀로 호황'…"저금리 힘입은 단기 현상"

김범수 기자
입력 2016.06.19 06:10
아파트 거래 전반적으로 감소하는데 강남 3구만 활발
“강남 호황 오래 안 갈 것…거래 끊기면 억단위 손실”

강남 재건축 열풍은 얼마나 지속될까. 부동산 시장을 휩쓸고 있는 재건축 열기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최근 열기가 국지적이며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최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2124건, 올해 2033건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이 기록적으로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 3구만 ‘나홀로 호황’을 누린 셈이다.

강남 3구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이유는 재건축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과거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인근 지역 → 서울 → 수도권 → 지방 순으로 온기가 퍼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국지적인 현상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은 저금리에 힘입은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개포 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일보DB
개포 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조선일보DB
◆ “강남 재건축은 일종의 테마시장…거래 끊기면 폭탄”

올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집값 상승의 도화선은 개포 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였다. 지난 2월 3.3㎡당 분양가를 평균 3760만원, 최고 4495만원으로 책정했을 땐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막상 3월 말 청약 경쟁률이 33.6대 1로 나오자 ‘강남 불패’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수요가 급증했고 가격이 크게 뛰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5일부터 4주 연속 가격이 하락했던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는 3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15주 연속 올랐다. 4월부터 최근까지 11주 연속 매주 0.34~0.59%씩 올랐다. 이 기간에 일반 아파트의 주간 상승률은 0.1% 안팎에 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수요가 빗발치는 것은 개포 재건축 단지의 분양 성공과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단기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는 테마시장(특정 호재가 생겨 단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수요가 늘어나는 시장)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열기가 당분간 이어져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지방에서는 아파트 가격 조정이 일어나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마저 소폭 하락했다”며 “시장 임계치가 있어서 장기적으로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방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불안한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아파트는 3만1471가구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불패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 지역 재건축 아파트에 자본이 쏠리고 있는데 단기 차익만 고려해 무리해서 들어가면 크게 손해 볼 수 있다”며 “재건축 아파트는 억 단위로 가격 변동이 일어날 수 있어 대출을 무리하게 받으면 원금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재건축 힘으로 시장 활성화 어렵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다른 재건축 아파트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재건축 아파트를 시작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함영진 센터장은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잠실, 여의도, 목동 등 다른 재건축 단지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집값 상승률은 높지 않다”며 “과거처럼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도 “강남은 교육과 기반시설 등이 좋은 지역이어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것”이라며 “재건축 아파트라고 해서 지역에 상관없이 무조건 가격이 오르진 않기 때문에 시장 전체에 불을 지피는 효과는 과거보다 덜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북 지역 재건축 단지인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 전용면적 38.5㎡ 아파트는 지난 4월 2억51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금도 시세가 비슷하다. 지난달 7억5000만~7억8000만원에 거래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도 현재 비슷한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수요자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교수는 “지금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단기 투자로 접근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커 보인다”며 “시장 변화에도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 경우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