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신년특집] 수술 메스 내려놓고… 컨설턴트 관두고… 9兆 시장 개척했다

박순찬 기자, 강동철 기자
입력 2015.01.01 03:02

[김범석·김봉진·김성진·이승건·이정웅… 세상을 뒤흔드는 30대 창업자 5人] 가만히 회사에 있었다면 지금쯤 아마 課長 됐겠지만… 멀쩡한 직장 그만두고 평균 35세 남자들, 新시장 열어 3곳은 나스닥 상장도 추진 "내가 하는 일이 곧 미래죠"


김범석·김봉진·김성진·이승건·이정웅. 이 다섯 창업자의 평균 나이는 만 35세.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입사했다면 경력 10년 안팎 과장급 나이다.

삼성서울병원 치과의사 출신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의사는 찾아오는 환자만 고쳐줄 수 있지만, 기업가는 세상의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두 차례 잡지를 창간한 경험이 있는 김범석 쿠팡 대표는 "기업가도 언론처럼 세상을 바꾸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명감과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이 세운 회사의 업력(業歷)은 평균 4년 남짓. 짧은 시간이지만 5개 기업은 전자상거래·교육·게임·금융·음식 등 각 분야에서 기존 틀을 흔들어놓았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각각 네이버(당시 NHN) 게임 개발자와 디자이너 출신이다. 김봉진 대표는 "회사란 틀 안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업무 범위를 넘어,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더 큰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데이토즈가 2012년 선보인 퍼즐 게임 '애니팡'은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의 도화선이었다. 국민 게임으로 불린 '애니팡'의 성공 이후 온갖 팡류 게임이 쏟아졌고 아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모바일 게임은 50~6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저변이 넓어졌다. 3000억~4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도 2013년엔 2조3277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창업자 다섯명의 뒷모습. /사진=이명원 기자, 그래픽=김성규 기자, 의상=로가디스컬렉션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창업자 다섯명의 뒷모습. /사진=이명원 기자, 그래픽=김성규 기자, 의상=로가디스컬렉션
우아한형제들이 2010년 출시한 배달음식 주문 앱 '배달의 민족'은 사람들의 주문 습관을 바꾸고 있다. 굳이 전화를 걸지 않고 스마트폰 앱으로 동네 음식점에 짜장면·족발을 주문하고, 고객들의 맛 평가까지 볼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은 월간 방문자(UV) 267만명으로 업계 1위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재학 시절 생각에 따라 변하는 사람의 혈류(血流)를 측정해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200억원에 매각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가 2011년 재창업한 것이 교육 기업 '아이카이스트'다. 이 회사는 교사가 스마트 칠판에 글을 쓰면, 판서(板書) 내용이 0.5초 만에 학생들의 태블릿 PC에 뜨도록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전국 420여개 초·중·고교에 아이카이스트의 서비스를 적용했고, 일본·중국 등에도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 규모의 기술과 장비를 수출했다.

이승건 대표가 2011년 창업한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화두인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 기업이다.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로, 이달 중 서비스 출시 예정이다.

김범석 대표가 2010년 창업한 전자 상거래 업체 쿠팡은 국내 모바일 쇼핑 1위다. 작년 거래액은 2조원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오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오후에 배달해주는 '당일 배송', 택배회사 대신 직접 쿠팡 직원이 집까지 배달해주는 '쿠팡맨' 서비스를 선보였다. 김 대표는 "가장 많은 상품군을 가장 빨리, 가장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위해 기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은 현재 기저귀·분유 등 가족 관련 일부 상품군(群)에서 '당일 배송'을 실현하고 있지만 앞으론 '반나절 배송' 등으로 시간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나중에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사람들이 '쿠팡 덕분에 우리의 삶이 이렇게 달라졌어'라며 추모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고 했다.

청년 기업인 다섯명이 창업에 나서 선도해온 소셜커머스·배달앱·모바일 게임·스마트 스쿨·핀테크 분야의 국내 시장 규모를 모두 합치면 9조원에 육박한다. 성장의 황혼기에 접어든 전통 산업과 달리, 이들은 성장 여명기에 있는 새로운 산업을 선두에서 일구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만 쿠팡·우아한형제들·아이카이스트 등 세 곳이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라며 "내가 하는 일이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회사를 경영한다"고 했다.